미디어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미디어법 반대자들을 보며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언론의 공공성이나 민주적 여론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기 밥그릇 뺏기기 싫어서 그런다고.
당연한 거다. 이 세상에서 자기 밥그릇 뺏기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나? 재벌이나 거대 신문사가 왜 방송까지 하려는데? 그 사람들은 뭐 투철한 자유시장 수호 정신으로 무장해 자본주의 수호를 위해 그러나? 그네들도 자기들 밥그릇 크게 하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의회 민주주의 유린까지 하며 난리 치는 거다.
재벌이 언론에 진출해도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CNN 같은 거 보면 괜찮지 않느냐고? 그건 '재벌' 언론이 아니라 '언론' 재벌이니 그런 거다. 자유주의가 팽배한 그 미국조차도 그런 언론 재벌들까지 규제 하려고 하는 마당에 비교할 수도 없는 두 집단을 동급으로 놓고 괜찮을 것을 괜히 오버하고 있다고 쿨하게 싸지르시고 계신가?
사용자로서 서비스 공급자의 힘이 약할 때 그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더 쉽다. 그래서 미디어 산업에 진출하지 않아도 이미 시장 지배력이 큰 재벌과 거대 언론을 더 큰 시장 지배력을 갖는 서비스 공급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재벌과 거대 언론이 미디어 산업까지 진출 했을 때 시장 지배력이 미디어 산업과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갖고 있던 타 시장의 시장지배력과 합쳐져, 도저히 어떤 규제를 할 수 없는 그런 막강한 괴물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그래서 언론 노조가 언론의 공공성을 말할 때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재벌이나 거대 언론만큼 힘이 세지않거든. 당신들 말처럼 그나마 만만해 보이니 잘못해도 고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걱정이 기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탐욕이란, 가진 자의 횡포란, 재벌이 자본을 사용한 시장 잠식이란 그 끝을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한, 그 약한 처벌마저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볍게 해 주는 곳에선, 더군다나 대기업이라면 국가 경제 때문에 더더욱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우리나라에선, 기우가 기우로만 머물 수는 없을 것 같다.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착취라던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같은 무수한 사례는 그러한 걱정을 더하게 한다.
통과된 미디어법이 갖는 문제는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법을 만들 때 취한 한나라당의 오만함이 문제이다. 국민이 무지해서 여론수렴 따위는 할 필요도 없으며, 규제의 근거가 되는 판단 기준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는 필요 없으며, 개정의 근거로 사용된 통계가 잘못된 것이어도 문제는 없으며, 그런 불합리한 판단 근거들로 만들어진 법 조항들에 대한 협상의 여지도 없으며, 입법 절차 따윈 무시해도 상관없으며, 오로지 다수결 원칙만이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그 작태가 문제이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법이니 법 자체도 분명히 문제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금도 횡행하는 오도와 의도적 왜곡이 얼마나 더 심해질지 걱정이다. 지금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배금주의가 얼마나 더 커질지 걱정이다. 이러한 것들이 일어나도 더이상 알려지지 않게 될까 걱정이다.
Trackback address :: http://jalnaga.cafe24.com/tc/trackback/182


Comments List